추억의 북한산 백운대 등산 후기

꽤 오래 전인 고3 때 친구들과 북한산 백운대를 올라 갔었다.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자꾸 같이 가자고 권유하여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들을 따라 나섰다. 간단한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 신고 작은 배낭에 도시락과 음료수만 지참 한 채 구파발 역을 지나 진관동 쪽으로 올라가는 코스였는데 최단코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북한산은 날씨 좋을 때는 파주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보일 정도로 생각 보다 높은 산이었다. 북한산 백운대 높이는 약 836m 이다. 산 아래에서 올라갈 때만 해도 친구들 끼리 웃고 떠들며 중간중간 쉬면서 사진도 찍으며 올라갔다.


북한산 등산 지도


북한산 탐방 안내 지도.pdf



그 때는 무속인들이 북한산에서 제사를 올리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 날도 어떤 여자 무속인이 제사를 마치고 제사음식은 그대로 놔둔 채 가려고 하길래 내가 "이거 제가 먹어도 되나요?" 이러고 물어 보니 "총각이 제사 음식을 먹어서 뭐 하려고 호호호" 하며 웃었다. 


무속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젊은 여자였는데 머리카락이 아주 새까맣고 얼굴은 창백하여 그 모습이 약간은 소름 끼치기도 했지만 색기 같은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먹고 싶으면 먹어요…"라는 말을 남긴 채 가길래 떡과 과일을 친구들과 맛있게 나눠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계속 산을 올라갔는데 이 정도 높이의 산을 오르는 등산은 처음이라 중턱 부터는 팔다리의 힘이 다 빠져 거의 기어가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북한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 길이 좁은 곳은 줄을 서서 차례차례 올라가야 했는데, 아침 일찍 올라갔다 내려오는 듯 보이는 어떤 아저씨가 꾸역꾸역 올라가는 사람들 한테 넌지시 "가보니 먹을 것도 없데요.." 이러자 사람들이 박장대소 하며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맞아 정상까지 가 봤자 뭘 찾아 먹을게 있다고 ㅎㅎㅎ"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들어 잠시 쉬고 있었는데 정장 차림의 남자 서너 명이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우리 옆을 지나며 올라가고 있었다. 산 아래 음식점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술 기운에 정상까지 오르자고 의기투합하여 산을 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양복바지 밑단을 양말에 말아 넣고 구두를 신은 채 산을 오르는 모습이 너무나 웃겨 보였다. 


그 분들은 백운대 정상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좀 위험한 산행을 하셨던 분들이지만, 불필요해 보일 정도의 최고급 등산복이나 등산화로 허세를 부리지 않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아웃도어 등산용품의 가격 거품도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ㅎㅎ


백운대 까지 가까스로 기어 올라가 서울 시내 쪽을 내려다 보니 정말 장관이었다. 땀에 젖은 몸이 산 정상에서 부는 바람에 시원하게 마르는 느낌도 좋았다. "사람들이 이 맛에 산에 오르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덜 부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 도시락을 먹고 하산했다. 북한산 정상까지 몇 시간이 걸렸는지 너무 오래 전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오전 11시 쯤에 올라갔었는데 하산 후 버스정류장 쯤 왔을 때는 어둑어둑한 저녁이었다. 등산을 처음 따라 나선 친구들이 나 말고도 몇 명 더 있어 자주 쉬면서 오르다 보니 정상까지 3시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첫 산행을 북한산 백운대로 갔다 와서 그 후유증으로 한 3일 정도는 근육통으로 인해 팔다리를 가누기 힘들었는데 그 다음 일요일에 다시 또 친구들과 북한산을 올랐었다. 첫 산행에서는 근육통으로 고행했지만 신기하게도 그 다음 산행에서는 근육통은 커녕 몸이 상당히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등산이 건강에 좋은 것 확실했다 ^^ 더 추워지기 전에 북한산 둘레길이라도 지인 분들과 같이 돌아 보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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